고양이볼 (평균)

맞대어 서 있는 포크 두 개, 고양이털, 양모
가변설치
2021

Catballs (average)

two forks, cat fur, dyed wool
dimensions variable
2021

 
 

유학생일 때 나는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선택으로 가족을 만들었다. 타국에서 가족의 존재는 커다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데, 나는 긴장되거나 불안할 때 이들을 쓰다듬거나 털을 빗기고, 이들이 만족스러울 때 내는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이들은 3년 전 여름 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결과 사람 둘, 강아지 하나, 고양이 둘이 함께 살게 되었다. 나는 ‘돌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전의 관계들은 내가 놓아두고 간 지점에 그대로 있지 않아서, 이들과 다시 관계하면서 나는 다양한 (때로는 역설적이기도 한) 심리적 거리감을 느꼈다. 나의 두 가족이 합쳐지면서 구성원간의 관계도 더 복잡해져 각자의 입장과 성격에 따른 보다 정교한 상호작용이 생겨났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가장 오래전에 놓아두었던 관계에 대해서도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고양이-볼>에서는 가장 새로운 관계와 가장 오래전에 놓아두었던 관계가 연결되고, 그 결과 후자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화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고양이볼(기념비)>는 이 변화가 지난 3년간 어떠한 시간적 간격을 가지고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귀국행 비행기를 탄 2018년 8월 29일부터 이 전시가 끝나는 2021년 8월 29일까지 정확히 3년의 기간 동안,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얼마 만에 봤는지를 기록하고, 그동안 모아 둔 고양이 털을 뭉쳐서 이 시간의 간격을 물질화했다. 고양이 털로 만든 공은 원래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지만, 이는 그와의 만남을 기억하기 위한 몽실몽실한 기념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각 날짜의 간격만큼 거리를 두고 전시장에 다시 펼쳐져서, 당시에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변화의 리듬을 시각화한다. (그가 만약 이 전시장에 온다면 고양이볼 한 개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놓아두었던 관계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양쪽의 노력이 요구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만남 이후의 적당한 시간적 거리도 필요했다. 그를 만날 즈음이면 나는 적당한 시간적 거리가 얼만큼일지 가늠해 보곤 했는데 당시에는 그와의 심리적 거리가 파형을 그리며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시를 앞두고 그동안 기록했던 만남의 빈도의 평균을 계산해, <고양이볼(기념비)>에 사용되지 않은 고양이의 털로 공을 만들어 써 넣었다. 이 고양이는 털 빗기를 싫어해서 한 번 빗을 때마다 얻을 수 있는 양이 매우 적기에, 귀국 후부터 모은 털 모두를 한데 뭉쳤다. 평균은 관계의 질이나 변화를 반영하지는 않지만, 그와 내가 관계를 이어가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를 보여준다. <고양이볼(평균)>의 서로 맞물려 기대어 서 있는 두 포크와 그 위에 놓인 고양이볼처럼, 나와 그의 만남은 각자가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가까워지려는 노력과 서로에게서 거리를 두려고 하는 욕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