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찾기 - 겹쳐진 주소로 편지 보내기

편지, c-print, 지도, 핀
가변 설치
2013

Finding the Mirage - by mailing letters to overlapped address

letter, c-print, map, drawing pin
dimensions variable
2013

 
 

1.겹쳐진 주소

내가 속한 나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이때 ‘집’이란 물리적 위치보다는 관계에서의 좌표이므로 ‘나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나는 ‘어느 한 쪽만의 편이 될 수 없다’ 라는 답을 내렸다.  나는 엄마와 아빠 두 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을 부정하고 다른 한 쪽의 편만을 들 수는 없었다. 별거와 이혼이 혈연관계까지 취소시킬 수는 없었지만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은 더이상 실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나의 두 집, 즉 아빠의 집과 엄마의 집 주소를 한 곳에 씀으로써 겹쳤다. 겹쳐진 주소는 실제의 두 주소를 쓴 것이지만, ‘서울시’ 이후의 부분은 글자들이 겹쳐져 서로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읽을 수 없는, 그리고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는 주소가 된다. 이렇게 여전히 두 부모를  모두 가진, 그러나 동시에 구심점을 잃고 허깨비가 된 가족이 지금 내 가족관계의 현 주소이다.


2.편지 보내기

나는 여전히 부모와의 관계 속에 있기에 이혼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믿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지만 가족의 개념에는 회복할 수 없는 간극이 생겨났다. 또한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나와 해체된 가족 관계 속의 나는 한 사람이지만 더이상 좌표가 일치하지 않았다. 하나이면서도 따로 떨어진 두 지점의 관계를 드러내기 위하여 학교에 있는 나(물리적 자아의 나)는 겹쳐진 주소의 나(관계적 자아의 나)에게 여러 장의 편지를 보냈다. 우표를 붙여 보내는 편지가 가지는 시간적, 공간적 간격은 현재의‘좌표 불일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인스턴트 메세지와는 다르다. 현재 우편체계상에서 받는 주소만 분명하다면 편지는 전달된다. 나는 받는 주소가 불분명한 편지를 보내었기에 그것은 반송되거나, 유실되거나, 용케도 해석되어 겹쳐진 두 주소 중 하나로 보내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전해지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 되었건 그 편지는 신기루가 된 나의 가족을 보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