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그리고 지우기 - 나의 방

라인기, 침대, 커튼, 옷걸이
670 x 678 cm
2013

Overlapped House -My Room

line marker, bed, curtain, clothes stand
22.3’x22.6’
2013

 

다른 곳에 살고 계신 엄마의 집과 아빠의 집의 도면을 한 평면에 겹침으로써 그 두 집은 머릿속에서 겹쳐진다. 이때 부정할 수 없는 혈연에 근거하여 나의 방이 중첩의 지점이 된다. 내 방의 중첩된 구조는 상식적이지 않고 기능적으로도 불합리하다. 또 실재하지도 않으며 실재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런 구조는 내가 처한 현실이자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다. 

각종 경계를 구분짓는 선들이 있다. 그런 선은 국경이나 도로를 구분짓고, 육상 경기나 구기 종목에서 승패를 결정한다. 그 선들은 몸이 실제로 통과할 수 없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정신과 마음에 작용하는 선이다. 경기장의 경계를 그리는 방식으로 그려진, 중첩된 내 방의 평면도의 선(통과할 수 없는 벽의 자리임을 지시하는) 또한 마찬가지다. 심리적으로 건너지 않겠다고 결정한 선. 하지만 나는 그 선을 마음대로 건너다닐 수 있다.

나는 이 그려진 경계를 건너다닐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들을 지움으로써 별거의 상황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다시 그림으로써 강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도 나는 매일 수없이 부모님에 대한 마음 속의 경계를 지웠다가 다시 그리고 또 지우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두가지 행동 중 어떤 것이 나를 안정시켜 줄 것인지 알지 못하며, 어느 한 쪽만을 정할 수 없다. 경계선을 그려야 할지, 아니면 지워야 할 지 나는 이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